11. 깨어짐의 원리
그 사람이 가로되 날이 새려 하니 나로 가게 하라 야곱이 가로되 당신이 내게 축복하지 아니하면 가게 하지 아니하겠나이다(창 32:26)
20년 전 제가 금란교회에 처음 왔을 때에 신내동 쪽에 심방을 하다보면 질그릇 만드는 것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그릇을 만드는 과정을 보면 몇 번 깨뜨리는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먼저 흙을 파다가 방망이로 보들보들하게 깨뜨리고 그 다음 물로 씻어서 흙벽돌처럼 만든 다음에 그것을 또 방망이로 깨뜨리는데 큰 덩어리는 큰 방망이로 깨뜨리고 작은 덩어리는 작은 방망이로 깨뜨립니다. 때려도 깨어지지 않는 돌멩이는 골라서 집어던집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그것을 밟고 다닙니다. 그 다음 콩가루처럼 보들보들한 흙에 물을 부어서 밀가루 반죽처럼 만들어 가지고는 그것을 다시 빨래방망이 같은 것으로 찰싹찰싹 두드려서 덩어리가 하나도 없이 보드랍게 만든 다음에야 곱게 빚어서 그 위에 꽃무늬를 넣어서 예쁜 그릇으로 구워내는 것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이사야 64장 8절에 보면 하나님은 토기장이요, 우리는 진흙과 같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여호와여 주는 우리 아버지시니이다 우리는 진흙이요 주는 토기장이시니 우리는 다 주의 손으로 지으신 것이라”고 했습니다.하나님께서 우리를 귀하고 유용한 그릇으로 만드시기까지는 필수적으로 하나님의 손길로 많이 깨뜨리는 과정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이 깨어짐의 원리를 모르면 하나님의 광대하고 섬세한 사랑을 알지 못하고 낙심하거나 원망하기 쉽습니다. 우리 성도들이 예수님을 믿고 그의 피 공로로 죄 사함 받고 거듭났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라, 그때부터 하나님이 쓰시기에 합당한 그릇이 되기 위하여 연단과 깨뜨리는 작업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우리 각 사람의 성질과 형편과 마음을 너무나 잘 알고 계시기 때문에 각자의 형편을 따라 굵은 몽둥이로 깨뜨릴 때가있고 작은 막대기로 깨뜨릴 때가 있습니다. 곡식을 타작하는 농부가 도리깨로 두들겨서 알곡을 만드는 것도 있고(콩), 연자 맷돌로 무겁게 짓눌러서 껍질을 벗기는 것도 있고(보리), 참깨 같은 것은 가는 막대기로 톡톡 두드리기만 해도 알맹이가 다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이는 그의 하나님이 그에게 적당한 방법으로 보이사 가르치셨음이며 소회향은 도리깨로 떨지 아니하며 대회향에는 수레바퀴를 굴리지 아니하고 소회향(꽃씨의 일종으로 떡에 넣어 먹음)은 작대기로 떨고 대회향은 막대기로 떨며 곡식은 부수는가, 아니라 늘 떨기만 하지 아니하고 그것에 수레바퀴를 굴리고 그것을 말굽으로 밟게 할지라도 부수지는 아니하나니 이도 만군의 여호와께로서 난 것이라 그의 모략은 기묘하며 지혜는 광대하니라”(사 28:26~29)고 했습니다.
하나님의 지혜와 모략은 너무나 광대하시므로 우리 53억 인구 하나하나의 머리카락을 다 세시는 섬세한 사랑과 적당한 방법으로 우리를 연단시키시고 깨뜨리시는 것입니다. 감당치 못할 시련은 결코 주시는 법이 없습니다.“사람이 감당할 시험밖에는 너희에게 당한 것이 없나니 오직 하나님은 미쁘사 너희가 감당치 못할 시험 당함을 허락지 아니하시고 시험 당할 즈음에 또한 피할 길을 내사 너희로 능히 감당하게 하시느니라”(고전 10:13)고 했습니다.
때로는 사업의 실패나 물질의 방망이로 깨뜨리시고 때로는 질병이나 슬픔의 막대기로 깨뜨리시고 때로는 사람 막대기와 인생 채찍으로 두들기시기도 하고(삼하 7:14) 때로는 국법의 무서운 철퇴로 우리의 교만과 죄 성을 깨뜨려 부수기도 하시는 것입니다. 그것이 다 하나님의 사랑의 손길입니다. 그런데 완악하고 고집이 센 놈은 큰 방망이로 깨뜨리시고 좀 부드럽고 약한 놈은 가는 몽둥이로 깨뜨립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해야 질그릇 만드는 것처럼 잘 바스러지기 때문입니다.
전에 우리가 어렸을 때는 잘못하면 종종 매를 맞고 자랐습니다. 한번은 7남매가 전부 단체 기합을 받게 되었는데, 큰놈부터 종아리를 맞아 오다가 제 바로 밑에 있는 여동생이－지금 대령부인이고 권사가 되었습니다만－마음이 좀 약하고 겁이 많았는데, 그만 자기 차례가 되자 매를 맞기도 전에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더니 픽 쓰러져 까무라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아버님은 몽둥이를 버리고 얼싸 안으며 야단법석 하시는 덕택에 그 아랫 동생들은 매도 안 맞고 풀려났습니다. 그래서 그 다음부터 임마누엘교회 목사인 국도는 “누나, 엄마나 아빠가 매를 들면 먼저 쓰러져 죽은 체 해.”하고 했습니다. 하나님도 우리 성격과 마음을 따라 적당한 방법으로 깨뜨리십니다. 아무래도 억세고 고집이 센 놈은 큰 방망이로 얻어맞습니다.
그러나 더욱 지혜로운 사람은 고난의 방망이로 얻어맞기 전에 말씀을 듣고 깨어지고 부서지는 사람입니다. “나 여호와가 말하노라 내 말이 불같지 아니하냐 반석을 쳐서 부스러뜨리는 방망이 같지 아니하냐”(렘 23:29)고 말씀하신 것처럼 하나님의 말씀은 살았고 능력이 있으므로 그 말씀을 듣고 깨어지는 사람은 고난의 방망이로 얻어맞을 필요가 없습니다. 깨어지는 것은 영적 성장의 필수적인 원리입니다.
깨어질 때 다음과 같은 좋은 결과가 생깁니다.
1. 새 생명의 역사가 나타납니다(요 12:24)
깨어지지 않고는 새 생명의 역사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한 알의 밀알이 습기 차고 거름 냄새나는 땅 속에 들어가 딱딱한 껍질이 말랑말랑 해지고 깨어져야 껍질 밖으로 새 생명이 나타나 많은 열매를 맺게 됩니다. 또 길바닥 같은 딱딱한 땅이 갈아엎어지면서 깨어지고 부서져야 옥토가 되어 많은 열매를 맺게 됩니다. 길바닥 같은 땅이나 돌작밭 같은 흙에서는 많은 열매를 맺을 수가 없습니다.
많은 생명을 살리고 많은 열매를 맺으려면 많이 깨어져야 합니다. 고난을 통하여 많이 얻어맞고 깨어진 사람은 그 깨어진 자국마다 생명 샘이 흘러나오고 성령의 기름이 흘러 나옵니다. 그래서 귀하게 쓰임 받는 복음의 사역자들은 다 이모저모로 많이 두드려 맞은 사람들입니다.
2. 축복받는 역사가 일어납니다(창 32:25~29)
하나님은 육성과 죄 성이 처리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귀한 축복을 담아주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축복을 받으면 교만해지고, 죄를 짓게 되고 하나님의 축복으로 마귀편을 들게 되기 때문입니다.
야곱이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자기의 재주와 자기의 수단, 방법대로 살아왔지만 얍복강가에서 환도뼈가 부러지면서(위골) 자아가 깨어지고 나서야 “이스라엘”이라는 진정한 축복을 받았습니다. 그는 20년 전에 자기가 속여 먹은 형 에서가 400명의 군사를 거느리고 복수하러 올 때 아무도 의지할 사람 없이 밤중에 홀로 남아 앉아 있는데, 답답하고 두려워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 때 비로소 진실하고 간절한 기도로 씨름하듯 하나님께 매어 달렸습니다. 그때 천사가 나타나 야곱의 가장 힘 있는 부분 환도뼈를 쳐서 절뚝발이를 만들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축복해 주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오늘날도 우리의 사업의 환도뼈를 치실 때가 있습니다. 건강의 환도뼈를 치실 때가 있습니다. 명예의 환도뼈를 칠 때가 있습니다. 자식의 환도뼈를 치실 때가 있습니다. 하나님은 잠시 있다가 사라지는 우리의 육신이나 물질보다 영원한 우리의 영혼과 영생천국을 소중히 보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깨뜨리신 후에는 더 큰 복, 참된 축복을 주십니다.
3. 향기가 나타납니다(요 12:3)
마리아는 300데나리온(일 년 품삯)이 넘는 비싼 나드 향유 옥합을 깨뜨려 예수님께 붓고 귀중한 머리털로 발을 씻어 드릴 때 향내가 온 집안에 가득 했습니다.이와 같이 탐심과 욕심을 용감하게 깨뜨릴 때 향기가 진동하여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고 많은 사람에게 은혜를 끼치게 됩니다. 남보다 더욱 깨어지고 바스러질 때 향기가 나게 되고,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매력 있는 사람이 됩니다. 하나님과 사람 앞에 은총과 귀중히 여김을 받게 됩니다.
그러나 탐심에 눈이 어두워 헌금과 공금을 훔쳐내던 가룟 유다(요 12:6)는 영안이 어두워 볼 것을 바로 보지 못하니까 마리아에게 “어찌하여 가난한 자들을 도와주지 않고 허비하느 냐?”고 책망했습니다. 오늘날도 참 믿음이 없고 탐심에 눈이 어두운 사람은 예수님 잘 믿고 헌신하는 것을 보고 책망하고 비난합니다. 탐심을 깨뜨리고 자아가 깨어진 만큼 영적으로 매력 있는 사람이 되고 향내 나는 사람이 됩니다.
4. 승리하게 됩니다(삿 7:16)
사사기 7장에 보면 기드온의 300명 용사들이 밤에 미디안 군대를 쳐들어갈 때 항아리 안에 횃불을 하나씩 담아 가지고 들어가 일제히 큰 소리로 외치며 항아리를 부술 때(7:19) 미디안 군대가 혼비백산하여 도망가면서 자기편끼리 칼로 찔려 죽이기도 했습니다. 이로써 큰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이와 같이 질그릇과 같은 우리의 육성과 죄 성이 깨어지고 바스러져야 성령의 권능이 나타나 영적 싸움에서 승리하게 됩니다. 아무리 거듭나고 성령의 불을 받았어도 육성과 죄 성이 깨어지지 않으면 성령의 능력이 나타날 수가 없고 마귀와 싸우는 영전에서 승리할 수가 없습니다.“너희가 육신대로 살면 반드시 죽을 것이로되 영으로써 몸의 행실을 죽이면 살리니 무릇 하나님의 영으로 인도함을 받는 그들은 곧 하나님의 아들이라”(롬 8:13~14)고 했습니다.
“육신을 좇는 자는 육신의 일을, 영을 좇는 자는 영의 일을 생각하나니 육신의 생각은 사망이요 영의 생각은 생명과 평안 이니라 육신의 생각은 하나님과 원수가 되나니 이는 하나님의 법에 굴복치 아니할 뿐 아니라 할 수도 없음이라 육신에 있는 자들은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 수 없느니라”(롬 8:5~8)고 말씀 했습니다. 육신의 소욕과 영의 소욕이 배치될 때가 많으므로 육성은 날마다 깨어지고 죽어져야 합니다.
5. 귀한 그릇이 됩니다(출 3:11~12)
육성과 죄 성이 뻣뻣하게 살아있는 사람은 하나님의 마음에 맞는 귀한 일꾼이 될 수가 없습니다. 모세는 바로의 궁중에서 40년 지나는 동안 어머니한테 신앙심과 애국심은 키우며 자랐으나, 바로의 공주의 아들로 자랐으므로 우쭐하는 마음과 교만과 혈기가 그대로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하나님의 일을 한다고 나섰지만 주먹으로 애굽 사람을 쳐 죽이고 도망치는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하나님이 귀한 그릇으로 이스라엘 백성의 인도자로 쓰시기 위해서 미디안 광야로 보내사 장인 이드로의 머슴살이를 40년간 하게 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자존심도 다 깨어졌고 교만과 혈기도 다 바스러졌습니다. 그리고나서 하나님이 불꽃 가운데 나타나 모세를 불러 큰 사명을 맡겼습니다. 모세는 궁중에서 40년 자랐고 광야에서 40년 연단을 받고 실제로 일한 것은 40년밖에 되지 않습니다. 육성과 고집이 빨리 깨져야 하나님이 마음 놓고 쓰실 수 있는 귀한 그릇이 됩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깨어짐의 원리를 잘 깨달아 허송세월 하지 말고 빨리 깨어지고 바스러져 많은 영혼을 살리는 역할을 하고 놀라운 하나님의 축복을 받고 향기를 나타내 영적인 매력을 풍기는 사람들이 되고 영전에서 승리하며 하나님의 귀한 그릇들이 되시기를 간절히 축원합니다. 할렐루야! 아멘.
<1991년 2월 10일 주일 낮 대예배 설교>
